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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해외소설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책 리뷰

승코딩당당당 2026. 1. 25. 00:40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스포주의*

서두 발췌

 

또 다른 한 장의 사진이 가장 기괴하다. 이제는 나이를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다. 머리는 희끗희끗하다. 그런 남자가 몹시 더러운 방(방 벽이 세 군데 정도 허물어져 내린 것이 그 사진에 뚜렷하게 찍혀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 작은 화로에 양손을 쪼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웃고 있지 않다. 아무런 표정이 없다. 말하자면 쭈그리고 앉아 화로에 양손을 쪼이다가 그냥 그대로 죽어간 것 같은, 정말로 기분 나쁘고 불길한 냄새를 풍기는 사진이다. 이상한 것은 그뿐이 아니다. 그 사진에는 얼굴이 비교적 크게 찍혀 있어서 그 생김새를 자세히 살펴볼 수가 있었는데 이마도 평범, 이마의 주름도 평범, 눈썹도 평범, 눈도 평범, 코도 입도 턱도... 아아, 그 얼굴에는 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상조차 없다. 특징이 없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이 사진을 보고 나서 눈을 감는다 치자. 나는 이미 그 얼굴을 잊어버렸다. 방 벽과 작은 화로는 생각나지만 방 주인의 얼굴은 안개가 스러지듯 사라져서 아무리 애를 써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얼굴이다. 만화조차도 안 된다. 눈을 뜬다. 아아, 이런 얼굴이었지. 이제 생각났다. 이런 기쁨조차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눈을 뜨고 사진을 다시 봐도 생각나지 않는 얼굴이다. 그저 무턱대고 역겹고 짜증나고, 나도 모르게 눈길을 돌리고 싶어진다.

 

 


 

 

 

「인간 실격」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주인공 요조의 인간 실격적인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자신의 이야기를 허구화해 작품으로 풀어냈기 때문인지, 소설임에도 실제 있었던 이야기처럼 생동감 있게 읽힌다. 그만큼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면서도 몰입감 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주인공 요조의 직업이 화가라는 설정 역시 인상 깊었다. 요조를 화가로 설정한 것이 혹시 작가 자신을 투영한 표현은 아닐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고, 이러한 생각은 작품 전체를 더욱 개인적인 고백처럼 느끼게 했다.

작품 해설에서는 이 소설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과 더불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 역시 모든 인간이 마주하게 되는 물음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알고 읽는다면, 「인간 실격」은 또 다른 시선으로 다가오는 책이 될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

 

16p.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 불안 때문에 저는 밤이면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고, 거의 발광할 뻔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이 부분보다 더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없었다.

왠지 모르게 공감이 되었고, 요조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문장이라고 느꼈다.

어떤 성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항상 인간에 대한 불신을 갖고 불안해하는 인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남과 비교하면서 “이거 가지고 행복해해도 되나?”, “남들도 이런 거로 행복해하나?”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요조처럼 그렇게까지 부정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이 문장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다.

 

116p.

“ 신에게 묻겠습니다. 신뢰는 죄인가요?”

이 문장은 처음 읽었을 때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질문은 요조가 아니라, 당한 입장에 있는 요시코가 해야 할 말이 아닐까 싶었다.
타인을 신뢰한 만큼 상처받은 사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127p.

“ 한밤에 약방 문을 두드린 적도 있습니다. 잠옷 차림으로 딸가닥딸가닥 목다리를 짚고 나온 부인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키스하고는 우는 흉내를 냈습니다.”

이 부분을 통해 요조라는 인물을 보며, 인간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를 느꼈다.

앞부분을 생각해보면 요조가 공감을 받을 만한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 장면만큼은 이상하게 조금 짠하게 느껴졌다.

 

130p.

“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이 문장을 읽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까지 단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날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최후의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