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코딩당당당
「절창」 구병모 책 리뷰 본문

출판사 서평
“그애는 나의…… 질문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지극한,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부모의 생사를 알지 못한 채 보육원에서 자란 한 소녀. 그녀는 어느 날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타인의 상처에 손을 대면 그의 생각을 말 그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녀는 어린 시절 사고로 다친 친구의 출혈을 멈추기 위해 상처를 손바닥으로 눌렀을 때 자신의 머릿속으로 쏟아져들어오는 언어의 홍수를 통해 그러한 능력을 어렴풋이 자각하지만 그것을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성장한다. 한편 우연히 그녀의 능력을 알게 된 사업가 문오언은 그 능력을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오언은 보육원을 나온 뒤 고단한 삶을 이어가다 도움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그녀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고, 새로운 옷과 새로운 삶을 준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그녀를 숨길 거대한 저택을 짓는다. 그녀는 자신을 이용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그녀 평생의 삶에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호의와 배려를 보여주는 그에게 미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그가 그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기 전까지는. 그가 그녀에게 깊은 배신감을 안겨준 ‘그 일’ 이후 그녀는 그에 대한 마음을 닫아걸고, 오언은 자신을 고스란히 이해시키기 위해 그녀가 ‘능력’으로 자신을 읽어주길 바라지만 그녀는 강렬한 증오를 담아 이렇게 대답할 뿐이다.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죽어버릴 때까지, 필요하다면 세상 모든 인간을 읽어줄 수도 있어. 하지만 당신만은 절대로 안 읽어.”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등장한 입주 독서 교사. 이 이야기의 화자이기도 한 그녀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가씨’와 그녀를 자신의 ‘지극한 질문’으로 여기는 오언의 관계를 의구심과 호기심을 품은 채 지켜본다.
“비극보다는 희극이 좋아?”
“뭐든 상관없지 않나요. 어차피 다 거짓말이니까.”
접촉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여자, 그리고 그 능력을 통해 자신을 읽히고자 하는 남자. 미스터리 혹은 기이한 로맨스의 외피를 두른 『절창』의 이야기를 홀린 듯 따라가다보면, 이것이 결국 ‘읽기’라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타인이라는 텍스트를 읽는 일은 인간이 태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 행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행위는 필연적으로 왜곡을 발생시킨다. 오독을 전제하지 않고는 결코 타인을 읽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읽기의 본질적 아이러니라면 혹시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누군가가 그러한 읽기의 장벽을 무화無化시키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면, 그 어떤 오해도 없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절창』은 독자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읽어내고자 하는 마음, 상대에게 어떠한 왜곡도 없이 읽히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 이 소설을 지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 말해볼 수도 있으리라.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 ‘나’인 독서 교사의 진술과 시점에 의지해서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 이야기조차 필연적인 왜곡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례로 화자는 ‘아가씨’가 오언에게 찾아가기 전까지 처해 있던 상황을 두 가지 버전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어느 쪽의 이야기가 더 그럴듯하고 그들에게 어울립니까?” 결국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진실을 추측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이 소설에 ‘왜곡을 포함해 읽기’라는 또하나의 겹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이야기의 숙명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절창」을 읽으면서
오언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너무 두근거렸다. 설레는 감정이 먼저 들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더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주인공과 오언이 다시 만났을 때는 괜히 둘 사이를 계속 의심하면서 보게 된 것 같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건 아닐지, 둘 사이에 숨겨진 감정이 있는 건 아닐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감정 때문인지, 이 책은 읽는 내내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계속 흥미를 돋우는 전개가 이어져서 그런 것 같다. 덕분에 엄청 재밌게 읽은 것 같다!!
내용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작가의 표현력 덕분에 쉽게 넘기지 못하고 한 문장 한 문장을 꼭꼭 씹어 읽게 되었다.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중후반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지만, 중간중간 약간의 빈틈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엔딩이 조금 아쉬웠다..
물론 이건 내가 해피엔딩을 좋아해서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다ㅎㅎ
*스포주의*
기억에 남는 장면들
58p.
“아, 고양이 혀구나.”
특별히 의미가 큰 문장은 아니었지만, ‘고양이 혀’라는 단어가 너무 귀엽다고 느꼈다ㅎㅎ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도는 분위기라고 생각하고 읽고 있었는데, 이런 말이 나오자 나조차도 순간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103p.
“나를 붙잡은 사람을 뿌리치기 위해 고개를 막 들었을 때 그쪽 손아귀에 힘이 더 들어가서 나는 꼼짝할 수 없었어. 어, 그게 문오언이었는데, 처음에는 보안요원인가 했지만 귀에 뭔가 꽂은 것도 없는데다 감색이나 검정 아닌 잿빛 글렌체크무늬의 스리피스 정장 차림이어서 그게 아닌 건 바로 알았고,”
이 장면이 오언의 첫 등장씬이다.
이때 내 상상 속 문오언이 너무 잘생겨서 괜히 설렜다!!!!
드라마에서 잘생긴 등장인물이 처음 등장할 때의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두근거렸던 순간이었다.
163p.
“애초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샛길로 빠져서 미지의 숲을 거닐다 때로는 기꺼이 길을 잃는 일이라-”
이 문장을 읽으며 응원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나 역시 책 읽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인공과 비슷한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주니 괜히 공감이 되었고,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기꺼이 길을 잃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고 값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91p.
“아가씨는 내가 이 집에 우연히 온 게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눈치챈 겁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진짜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반전이 있는 책인 줄은 몰랐기 때문에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 책이 오언과 주인공 소녀 사이의 이야기로만 흘러갈 줄 알았는데, 그 예상이 완전히 깨졌다.
301p. ☆☆☆☆☆
“인물은 사력을 다해 얼빠진 짓을 함으로써 우리를 기함시키고, 때론 참괴의 감정을 느끼게도 해. 그런데 너는 앞으로 세상에서 이보다 더한 사람들을 숱하게 만나게 될 테고, 한 명의 사람을 한 권의 책 대하듯 다각도로 읽어야 인생이라는 이름의 위기를 그나마 덜 고통스럽게 감당할 수 있을 거란다.”
"어쩌면 훗날 너 자신이 이보다 더한 사람이 되어버릴 가능성마저 있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예방접종이 될지도 모르지.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기 위해 바이러스를 몸속에 주입하듯이, 이 말도 안 되는 인간의 이야기를 읽고 절대 이런 인간만큼은 되지 않아야겠다면 그걸로 우선 땡큐지. 지금 이 소설 속의 못난이나 미친놈들을 마음 다해 사랑해주라는 것도, 공감하거나 이해하라는 것도 아니야. 무언가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보는 건 어떨까,"
이 페이지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부분이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사람을 배우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인간의 욕망이 충족되는 것은 대체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을 때라고. 물론 죽고 나서도 충족되지 않을 때가 더 많고, 주체가 사라진 다음에는 욕망의 의미 자체가 소멸하지만 말이야.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비로소 이해하는 것은 그가 행하거나 그를 둘러싼 모든 사태가 끝장나기 시작할 때지."
이 문장은 책 띠지에 적혀 있던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다.”라는 말을 설명해주는 구절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 문장이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이해하고 나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302p.
“한 권의 책을 펼칠 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세상의 코어를 이루는 것이 반드시 희망 내지 사랑만은 아니며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인간들과 혹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나 자신과 필연적으로 상종하거나 공존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태초부터 운명지어진 비극이라는 사실이지.”
"그렇다면 인생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인생의 목표라는 게 다 무슨 소용인지 되물을 필요는 없다. 자연은 우리에게 목표를 부여하지 않았고, 우주는 우리의 의미 따위 알지도 못할 뿐더러, 신은 우리에게 별 관심 없으니까."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진짜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반전이 있는 책인 줄은 몰랐기 때문에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 책이 오언과 주인공 소녀 사이의 이야기로만 흘러갈 줄 알았는데, 그 예상이 완전히 깨졌다.
“상처 없는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나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 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라는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3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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